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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독서의 즐거움 51

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넷세대를 말하다

항상 그렇지만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젊은 세대를 ‘예의 없고 자신밖에 모르는 몹쓸 세대’로 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그런 현상은 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중 현재 세상의 주축인 베이붐 세대(1946-64)의 넷세대(1977-1997)를 향한 비난은 특히 그 수위가 높은 듯 싶다. 그들은 책을 별로 읽지 않고 인터넷에 빠져 살고, 핸드폰과 트위터 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를 한심하게 여긴다. 와우와 카운터 스트라이커 같은 온라인 게임에 무섭게 빠져드는 것을 매우 멍청한 짓이라 여긴다. 사실 어떤 면에서 기성 세대의 그런 지적은 옳아보인다. 때때로 젊은이들은 게임에 빠져 며칠을 밤새고 지내다가 죽는 끔찍한 사고를 벌이고,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현실에..

읽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더 발칙한 한국학'

10년이 넘게 한국에서 보낸 시간 탓일까? 아님 UC 버클리에서 영문학과 수사학을 전공하고, 등에서 문화비평가로 활동하고, 국내에선 1996년 이후 꾸준히 여러 매체에 기고한 탓일까? 엑스팻(expat)으로 살아가는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은 읽는 나 같은 한국인을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 들어가는 글에서 스콧 버거슨은 한국 사회에서 좀더 받아들여지길 위해 ‘성전환 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적는다. 거기엔 ‘예쁘면 모든 것이 용인’되는 우리 문화에 대해 뼈있는 농담이 절절히 흘러 나온다. 한국에 와서 이곳의 매력에 흠뻑 젖어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내 다시 한국으로 오지만 결국 영영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땅위의 외국인을 가리키는 ‘엑스팻’처럼, 은 그런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

북변괴사 - 그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북변괴사는 작가가 임진왜란 직후 조선에서 있었다고 생각되는 일을 적은 난중괴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은 허황되기 이를 데 없다. 하늘에서 용이 떨어진다. 그리고 항왜장수인 김충선이 목숨을 다해 막아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기엔 조선을 뒤흔드는 역모의 기운이 감지된다. 만약 조선시대에 용이 나타났다면? 그리고 그 용이 전설속의 용이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외계생명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상상해 봄직한 그러나 상상하기 쉽지 않은 그 이야기를 작가는 말그대로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펼쳐내고 있다. 그렇다고 작가가 단순히 흥미위주로 적어낸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 이후 피폐한 백성의 삶과 당시 북방의 정세, 조선의 화약무기 등을 나름 철저한 고증 끝에 적어내려가, 소설의 현실성을 높여..

21세기판 오이디푸스 -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만약 당신이 지구의 멸망을 알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자신의 귀에 들리는 신비한 목소리 덕분에 모든 상황을 알 수 있고, 마치 신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론 커리의 장편소설 은 모든 것을 알 수 밖에 없는 예언자적인 인물로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일생을 마치 사실처럼 적은 글이다. ‘인류멸망’이란 상당히 무겁고 진부한 소재를 잡았음에도, 작품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존 티보도 주니어(이하 ‘주니어’)는 엄마의 태반에 있을 때부터 신비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목에 탯줄이 두 번이나 감겨 위험에 처했음에도 주니어는 신비한 목소리 덕분에 무사히 죽지 않고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주니어는 신비로운 목소리 덕분에 약 36년 뒤인 2010년 6월 15일 세상..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박성래 (베가북스, 2009년) 상세보기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끌렸다. 이 문제는 2009년 나를 가장 괴롭혀온 화두였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삶을 내려놓았다. 그가 바위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우리 사회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자는 그를 욕하고, 혹자를 그를 ‘경제대통령’이라 부르며 강력한 지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촛불시위때 보여준 그의 소통부재와 미국산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보여준 행동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또한 “대운하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4대강’사업은 대운하사업의 이름만 변형시킨 국책사업으로 많..

미수다 베라논쟁, 문제의 책을 보다!

KBS에서 방송중인 에서 베라는 독특한 말과 행동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를 인터넷상에서 다른 이슈로 만나게 되었다. 바로 '한국 비하'사건이었다. 문제의 책은 그녀가 한국에 대해 쓴 (이하 '')이었다. 당시 독일어로 출판된 서적을 본 몇몇 네티즌들이 특정 문구를 의역해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것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지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관련 링크(바람나그네님) 이와 관련되어 좀더 알고 싶은 분들은 위에 링크한 포스팅을 권한다. 이제부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에 출연해 우리에게 ‘베라’로 익숙한 베라 훌라이터는 1979년 독일 하일브론 태생으로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에서 문학, 정치학, 역사학을 공부했다. 또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활동력이 강해 스물여섯살 때 베를린, 뉴욕, ..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를 아십니까?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국내에선 5편까지 나오고 절판된 가 황매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고 5권이후 완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론 국내에 출시된 를 5편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다. 는 작가 앤 라이스가 초자연적 존재인 ‘뱀파이어’를 소재로 불멸의 삶을 사는 그들의 고뇌와 음모와 배신등을 적어내려간 소설이다. 특히 국내에선 김혜림 씨가 줄곧 앤 라이스의 현란하고 화려한 문체를 우리말로 고치느라 애썼는데, 그녀의 번역으로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쁘기 한량없다. 다시 재출간된 의 각권의 의미와 간략한 내용을 여기에 소개해볼까 한다. 1)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인류의 기원에 대한 끝없는 고민 우리에겐 동명의 영화로 더 유명한 는 사실 이 책을 원작..

성장기 두 소년의 가출을 그린 '회색노트'

회색 노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자크와 다니엘은 자신들의 비밀 이야기를 담은 교환 일기가 신부에게 빼앗기자 가출을 결심하고 단행한다. 아들이 가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크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 때문에 고민하고, 다니엘의 어머니는 아들의 무사여부에 노심초사한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는 성장 소설이자, 1800년대 유럽 사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자크의 아버지는 카톨릭교를 믿는 집안의 수장으로,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나 자크의 아버지와 로제트 신부는 사사건건 자크의 비행을 함께 가출한 다니엘에게 돌린다. 이유는 간단한다. 다니엘의 집안이 프로테스탄트이기 때문이다. 항상 억압과 간섭을 받아온 자크는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밝고 유쾌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당신이 이 책을 뽑아들고 10분내에 빠져든다는데 10만원을 걸겠다. 내가 읽은 책이 23쇄인데, 책을 읽고나니 왜 이렇게 많이 찍혔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속의 화자는 이제 겨우 열한 살 소녀는 조지나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그녀에겐 믿기지 않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빠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 남기고 간 것은 거대한 유산이나 통장이 아니라 겨우 25센트 동전 꾸러미 세 개와 1달러짜리 마요네즈 한통 뿐. 결국 엄마와 조지나 남동생은 자동차에서 사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인 루앤에게 들킬까봐 두려워 이야기조차 못하는 조지나. 여기까지 묘사해놓고 보면 이 책의 분위기는 한결같이 어두울 것 같다. 그런데 웬걸? 이책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브이 포 벤데타 -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브이 포 벤데타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LAN MOORE (시공사, 2008년) 상세보기 앤런 무어의 는 한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다. 그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항상 세익스피어 희극의 대사를 읊조린다. 허나 칼을 휘두르고 폭발물을 터트리고 사회혼란을 획책한다. 정권에선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책은 3차대전이후 파시즘으로 물든 영국의 가상 미래를 담고 있다. 앨런 무어의 이 그렇듯 말풍선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대사와 그 글자보다 더 숨막힐 듯 채워지는 의미부여는 '만화책 아닌 만화책'으로 다가온다. 지난 10년간 우린 자유를 누리면서 다신 예전의 독재가 불가능하리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이 집권을 한지 불과 1년만에 10년 아니 20여년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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